“아니, 정말 미안하구나. 아까부터 폐만 끼쳤어. 만일 내가 정권을 되찾을 수 있게 되면 그때에는 세계에서 처음으로 훈장을 받는 말로 만들어주고 싶은 정도야.”“멋대로 지껄여.”러시아 정교 ‘섬멸백서(Annihilatus)의 멤버인 사샤 크로이체프는 흠칫하며 얼굴을 들었다. 읽고 있던 두꺼운 책을 테이블에 내려놓고, 죽을 만큼 브랜디가 들어 있는 홍차를 한 모금 마시고는 느릿느릿 의자에서 일어났다.‘뭐, ‘합리적인 트집’ 정도의 가치밖에 없으니까 상관없겠지. 이제 국가를 지휘할 권한은 나한테 있고. ‘합리적이지 않은 트집’으로 전쟁을 시작해버린다 해도 아무도 불평하지는 못 할 거거든.’“아무래도 법칙을 모르겠어. 네가 도착하기 전에도 몇 번 부딪쳤는데 없앨 수 있을 때도 있고 없을 때도 있었거든.”프리 클라이밍 연습장 같은 상태로, 아녜제는 몸을 틀어 차창 안을 들여다보았다. 평소에는 많은 학생이나 회사원들이 타고 있을 차 안에는 하얀 형광등 불빛밖에 없었다. 다만 기사파 놈들이 실은 것인지 검과 갑옷을 조정하기 위한 공구며 기재가 떨어져 있었고, 통신용 영적 장치 같은 것도 있었다.그래, 윌리엄은 입술을 움직였다.혼자서 움직이던 전화기가 테이블 끝에서 떨어지기 직전에 미코토는 휴대전화를 덥석 움켜잡았다.그러나 이번만은 바보처럼 정직하게 걸어서 이동하지는 않는다. 신속하게 버킹검 궁전으로 향하기 위해, 그들은 스무 대 이상의 대형트럭에 나누어 타고 있었다.“이 근처, 미리 마력을 이용한 마킹이 되어 있어. 아마 영적 장치를 정비하는 마술사가 장소를 표시하려고 한 모양이야.”“적이 무엇이든, 내가 해야 할 일은 변하지 않아.”양손으로 자루를 쥐고 있지만 그 위에 있어야 할 검날이 없었다.“(역시 장대화(長大化)는 봉인되어 있어. 세계 각지의 기사도 술식을 종합한 ‘패턴’ 계열의 마술은 사용 불능. 카테나에서 공급되던 힘은 끊기는 게 당연한가. 다룰 수 있는 건 자력으로 구축한 솔로룸의 술식과 고속이동용 보조 술식. 하지만 솔로룸의 술식은 카테나와 거기에서 파생되

어쩌면 그리폰 스카이의 마상창에는 진짜 견고한 성에 부딪혀서 걸릴까봐 마술적인 연동기능을 절단 및 분리하기 위한 기능이라도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소용없었다. 칸자키는 단순히 완력으로만 그리폰 스카이를 휘두르는 것이 아니었다. 고도의 마술에 의해 그런 긴급용 해제기능을 방해하면서, 동시에 성인으로서의 완력을 행사하고 있었다.부하의 목소리는 어딘가 불안했다.인덱스는 잠시 어리둥절해 있었다.어두운 하늘의 한 점에, 별빛과는 다른 미사일의 광점이 생겨났다.안고 있던 공주를 조심스럽게 땅바닥에 내려놓는 윌리엄에게 빌리언은 질문했다.검 조각이야.그러나 거리 따윈 상관없었다.파방!! 굉음이 버킹검 궁전 부지 안에 작렬했다.부상을 입은 기사에게서 무기를 받아든 메이드가 거대한 검을 크게 휘두르고, 회전칼처럼 덮쳐드는 거대한 잔해 물질을 수십 명이나 되는 경찰관이 동시에 걷어차 반대로 튕겨낸다. 카테나의 힘을 몸속에서 제어하려고 안간힘을 쓰는 캐리사에게는 ‘군사’의 재능으로서의 머리 회전은 없었고, 그저 마구잡이로 검을 휘두르는 동안 점점 궁지에 몰리게 되었다.‘? 뭐야, 이 초조감의 아우라는?’“당신은 윌리엄과는 또 다른 종류의 용병이군요.”그것은 몹시 옳은 일이고 카미조는 반론할 수가 없다.나이트 리더는 옛 친구에게 말을 거는 것 같기도 하고 혼잣말 같기도 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인간이 만든 핵 대피소는 물론이고 지구도, 우주도 통째로 절단할 수 있을 것 같은 검을 이쪽으로 향하는 캐리사.“프랑스는 미국이나 러시아와 마찬가지로 핵보유국이고. 그런 선택의 여지가 있다는 건 알지만, 그렇다 해도, 이봐, 이봐. 노골적이잖아. 한때 로마 정교의 힘을 빌려 EU에 입김을 불어넣어서 금지조약을 방패로 우리나라의 핵무기와 그 개발 능력을 빼앗은 여유인가? 아니면 설마 선제 기습공격 한 발로 끝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그, 그렇게 우울해하지 않아도 괜찮을 것 같아! 아니, 무엇보다 왕은 마술을 배워야 한다니 무슨 뜻인지 모르겠는데!!”그렇다, 주위에 온통 퍼져